몽골의 음식 문화를 깊이 이해하려면, 먼저 ‘이데(Идээ)’와 ‘헐(Хоол)’이라는 두 가지 핵심 개념을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이 구분은 단순히 단어의 차이를 넘어, 몽골인의 삶과 자연에 대한 철학을 반영합니다.
‘헐(Хоол)’이 식사 시간에 먹는, 이미 조리되어 완성된 요리, 예를 들어 '소고기 볶음밥'이나 '만두'와 같이 특정 목적을 위해 가공된 음식을 의미한다면, ‘이데(Идээ)’는 훨씬 더 광범위하고 근원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이는 조리 전의 원재료, 즉 쌀, 소고기, 우유와 같은 식재료나, 더 나아가 자연 그대로의 날것 상태의 식품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영어로 비유하자면, ‘이데(Идээ)’는 ‘Food’에 가깝고, ‘헐(Хоол)’은 특정 시점에 섭취하는 ‘Meal’로 볼 수 있습니다.
몽골인에게 ‘이데’는 생존과 직결된 자연의 선물이며, 조리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섭취 가능한 본연의 형태를 중시합니다. 이는 유목 생활을 통해 자연과 끊임없이 교감하며, 식재료의 근원적 가치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몽골인의 지혜가 담긴 분류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이데’는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몽골인의 삶의 방식과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담고 있는 문화적 상징입니다.
‘이데’는 몽골의 자연과 문화적 상징성이 깃든 다섯 가지 종류로 분류됩니다.
이 분류는 몽골을 상징하는 색상인 빨강, 파랑, 노랑, 흰색, 검은색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특히 검은색을 제외한 네 가지는 몽골의 사계절과 깊은 연관성을 가집니다.
먼저 봄철에는 ‘샤르 이데(Шар идээ)’, 즉 노란 음식이 주를 이룹니다. 봄은 겨울의 냉기가 가시지 않은 시기로, 몽골인들은 몸의 냉기와 열기를 조절하고 위장의 기능을 보충해줄 따뜻한 성질의 음식을 섭취하여 건강을 유지합니다.
샤르 이데는 주로 가축에서 얻은 유제품과 곡물로 구성되는데, 대표적으로 버터, 흰 버터, 에즈기(건조 치즈의 일종), 일반 치즈, 우룸(유크림) 등이 있습니다. 또한 기장쌀차(샤르보다테 체)나 버터차(샤르 토스테 체), 하일마그(버터와 밀가루 등을 볶아 만든 음식), 보리가루, 좁쌀 등도 포함됩니다.
이 음식들은 소화를 돕고 위장을 따뜻하게 하여, 변덕스러운 봄 날씨와 강한 바람, 그리고 잔여 추위를 이겨내는 데 필수적인 에너지원이자 약리적 역할을 합니다. 샤르 이데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몽골인의 몸을 보호하고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지혜로운 식단입니다.
여름은 몽골의 초원이 가장 풍요로워지는 계절로, 이때는 ‘차강 이데(Цагаан идээ)’, 즉 흰 음식을 폭넓게 섭취합니다.
차강 이데는 이름 그대로 우유와 다양한 유제품이 중심이 되는 식단으로, 여름철 풍부한 가축의 젖을 활용한 음식들입니다. 우유를 비롯하여 후루드(건조 요거트), 아르츠(건조 우유 커드), 아롤(건조 치즈), 일반 치즈, 우룸(유크림), 저히(사워크림), 그리고 몽골의 대표적인 발효유인 아이락(마유주)과 타락(요거트)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 음식들은 더운 여름철 몸의 열기를 식혀주고 수분을 보충하며, 유목 생활에 필요한 영양분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발효유는 소화를 돕고 장 건강에 유익하여 여름철 건강 관리에 필수적입니다.
여름이 지나 가을이 오면 ‘너겅 이데(Ногоон идээ)’, 즉 푸른 음식이 식탁을 풍성하게 채워줍니다.
가을은 곡물, 과일, 채소가 무르익는 수확의 계절로, 너겅 이데는 자연의 풍요로움을 상징합니다.
이 음식들은 크게 식용 작물 및 채소류와 야생 과일 및 베리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몽골의 광활한 대지에서 자란 밀, 보리, 감자, 양파 등의 작물과 산과 들에서 채취한 각종 베리와 허브는 겨울을 대비한 영양분 저장에 기여하며, 비타민과 미네랄을 공급하여 유목민의 건강을 지탱합니다.
국물 요리에 너거태 슐과 같은 음식들의 형태로도 섭취하며 앤스나 차차르강 주스가 여기에 포함 됩니다.
몽골의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올랑 이데(Улаан идээ)’, 즉 붉은 음식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올랑 이데는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한 육류 중심의 식단을 의미하며, 추위 속에서 생존에 필요한 막대한 에너지를 공급합니다. 가축 고기로는 양고기, 소고기, 말고기가 주로 소비되며, 이 외에도 영양, 노루, 사슴, 마멋, 아이벡스, 멧돼지 등 야생 동물의 고기도 중요한 단백질원입니다. 몽골인들은 겨울철에 고기를 통째로 얼리거나 건조하여 보르츠(Borts)와 같은 형태로 보관하며 일 년 내내 섭취할 수 있도록 지혜롭게 활용합니다. 이러한 육류는 혹한의 날씨 속에서 체온을 유지하고 활동 에너지를 보충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다른 네 가지 계절 음식과는 다르게 분류되는 ‘하르 이데(Хар идээ)’, 즉 검은 음식은 고급 술을 의미합니다.
몽골 전통 사회에서 하르 이데는 단순한 기호품을 넘어 의례나 축제, 손님 접대 등 중요한 자리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로, 문화적, 사회적 의미가 깊습니다.
종류로는 젖으로 만든 술인 사아링 아르히(또는 쉬미인 아르히, 유청주)와 곡물을 증류하여 만든 고도수 술인 하르 아르히(약 60도 이상)가 있습니다. 하르 아르히는 그 도수만큼이나 강렬한 존재감을 가지며, 몽골인의 강인한 정신과 문화를 상징하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합니다.
결론적으로 ‘이데(Идээ)’는 단순한 식품의 범주를 넘어, 몽골인의 삶과 자연, 계절, 색상, 그리고 신체의 균형을 모두 포괄하는 심오한 문화적 상징입니다. 이는 몽골 유목민들이 수천 년간 자연과 함께 살아오면서 터득한 생존의 지혜이자,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철학적 사고의 집약체라 할 수 있습니다. 각 계절에 맞는 ‘이데’를 섭취함으로써 몸의 균형을 맞추고, 혹독한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몽골인의 방식은 현대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헐(Хоол)’이 일상적인 식사의 개념이라면, ‘이데(Идээ)’는 몽골인의 정체성과 그들이 자연과 맺는 관계를 이해하는 핵심 열쇠입니다. 이처럼 몽골의 음식 분류는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광활한 대자연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몽골인의 깊이 있는 문화와 정신을 담고 있으며, 이는 오늘날에도 그들의 삶 속에 살아 숨 쉬는 중요한 유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몽골의 ‘이데’를 이해하는 것은 그들의 역사, 문화, 그리고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함께 이해하는 길입니다.
